지난주 4일간 히로시마에 다녀왔습니다. 그건 아래 써놨고. 사진기를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은 찍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것 저것 좀 글은 남겨야 겠기에.

11월 17일 목요일. 인천공항에서 떠난 JAL 966편은 약 2시간의 비행시간을 기록한 뒤에 히로시마 공항에 떨어졌다. 처음 놀란건 히로시마가 의외로 가깝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놀란건 공항이 참 작다는 것. 작다, 작다 여친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좀 작았다. 출입국 사무소을 6명이 지키는걸 보면 작긴 작았다. 하지만 친절한 출입국 사무소분들때문에 또 놀라고 (내 지금까지 친절한 출입국 사무소 직원.. 보질 못했다) 입국 수속을 끝낸 다음엔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히로시마 하면 생각 나는건? 그래 그거. 원폭 돔이다. (Hiroshima Genbaku Dome) 1945년 8월 6일 Little Boy라고 명명된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피폭지이다. 일본이 잘못했던 자시던간에 인류가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한것은 자명한 사실. 어쨌든 한번은 꼭 가봐야지 하던 곳에 가보게 되어서 나름대로 감명 깊었다고나 할까?

히로시마 원폭돔은 18일 둘러보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직업이 직업인지라 ㅡㅡ;… 히로시마 평화 공원내의 자료실과 디지털 영정실이었다. 1945년 8월 6일. 흔히 우리가 아는것과는 다르게 원자폭탄은 지표면에서 폭발한게 아니라 지상 600미터 상공에서 폭발했다. 왜냐? 이론상 폭탄은 지표면에서 폭발하는 것 보다 약간 상공에서 폭발하는게 살상효과가 더 크다. 폭발 당시 대부분의 유골까지 녹아내렸기 때문에 시신을 찾아내기란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2003년 히로시마시에서는 디지털 영정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히로시마 자료실과 영정관에서 왜 감명을 받았냐 하면, 컴퓨터라는 기술을 이렇게 인간적으로 사용할 수 있구나 라는 점. 그리고 차갑게 느낄수 있는 컴퓨터에게서 ‘따뜻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선 히로시마 평화 공원의 모든 시스템은 영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를 지원한다. 각각 팜플릿도 준비되어 있는데, 이 팜플릿이 핵심 키 이다. 각 컴퓨터 자료기 왼쪽에 팜플릿 폭만큼의 홈이 있는데 그쪽에 팜플릿을 꽂으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이 팜플릿을 꽂으면 컴퓨터가 팜플릿의 언어로 변환이 된다. 첨엔 얼마나 신기하던지 ^^ 그래서 어떤 시스템일까? 쳐다 보았더니 의외로 간단하게 뒷면에 2차원 바코드가 그러져 있었다. (네이트, KTF의 핫코드를 생각하면 된다.) 이런 간단한 기술이지만 관람객에게 편의를 주는 이 시스템 맘에 들었다.
이야기가 샜는데, 영정관에서도 팜플릿을 꽂으면 한글로 안내를 받으면서 성을 입력하라고 나온다. 성을 입력하면 해당 희생자분들의 사진과 리스트가 나오고 다시 선택하면 (모두 터치스크린) 검정색 바탕, 하얀색 글자로 해당 희생자분의 당시 직업, 사망지, 출생년도가 나온다. 또한 관련 희생자리스트로 뛰어 넘을수 있게끔 되어 있는데 대부분 가족리스트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다. (보는 순간 우리나라도 앞으로 메모리얼 파크 이런식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영정관 앞에는 항상 희생자분들의 사진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왠지 ‘우리는 아직도 이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라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슬픈 장소였지만 왠지 따뜻함을 느꼈다고나 할까?
어쨌든 난 그곳에서 여친의 할아버님과 형제들의 리스트를 보게 되었다.
자료실에는 당시 상황을 체험할수 있는 비디오영상실, 희생자들의 일기등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일기는 일기의 사본이 크게 인쇄되어 있다. 당연히 일본어이지만 팜플릿을 다시 꽂으면 화면에 해당 페이지의 번역본이 표시된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이용하는건 한참 떨어지는 것 같다. 이 일기부분은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데 실제 종이 페이지를 넘기면 화면상의 데이터도 해당 페이지의 내용이 싱크 된다. 별거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표시했을때 먼가 좀더 인간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히로시마 여행에서 가장 아까웠던곳이 미야지마(宮島)였다. 이 곳은 일본에서 하나 뿐인 (그런걸로 알고 있다) 수상 도리가 있는 신사가 있는 섬이다. 일단 밤에 보았던 그 이쁜 경치하며,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빨갛게 물들인 단풍나무(もみじ). 게다가 맛나게 먹었던 굴구이(焼きカキ)와 모미지만쥬. 짱이었다. 아쉬웠던것은 추웠던 관계로 산정상에서 일본원숭이를 볼 수 없었다는 것 정도.

이번에 보지 못해서 안타까웠던건.. 히로시마성. 내 친구 우돌처럼 전문적이지 않지만 난 이상하게 고건축물이 좋다. 고건축물이 좋아졌던건 아무래도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던 불국사였던것 같다. 서울와서는 웅장한 궁궐도 멋있었고. 어쨌든 전부터 일본성을 실제로 보고 싶었는데, 바로 앞에 두고 보지 못했던건 참으로 안타까웠다는.
호텔이 히로시마 중심가에 위치한 덕에 혼도리, 나카히로시마의 백화점 레스토랑 각종 가게들은 실컷 보았다. 하지만 구석 구석 괜찮아 보이던 ‘커피숍’, ‘레스토랑’은 못 가본게 아쉽긴 하다. 뭐 3박 4일로 그런거 다 돌아 다닐수 있음 용치.
그래도 일본 최고의 제과점으로 꼽혔다는 ‘안델센’에서 빵과 아침을 먹은 기억, 히로시마 최고 소뮬리에로부터 직접 와인을 받은 기억은 행복하다고나 할까?
뭐 어쨌든 다시 가고프다~ 라는 생각이..

ps. 일본에도 참 생각 없는 ‘녀석’들이 많은 모양이다. 히로시마 평화 공원의 사다코양의 동상앞에 원래 수많은 종이학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평화공원 공식 홈페이지를 가면 여기저기에서 종이학 아이콘을 많이 볼 수 있다.) 근데 왠정신 없는 도쿄에서 놀러온 대학생 무리들이 종이학을 태워버렸댄다. 이유는? 심심해서 ㅡㅡ;;; 그래서 지금은 사다코양 동상 주변의 유리함에 보관되어 있는데, 형형색색의 종이학 수만마리가 쌓여 있던거 생각만 해도 장관이었을것 같다. 젠장… 좋은 경관 망쳐버린 그 대학생 (이젠 제법 어른이겠지?)에게 감사 ㅡ.ㅡ+